[2016.03.20 기독일보] “정부, 아동학대 막을 공적 개입 강화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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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궁화 | 작성일 2017.03.14 | 조회수 8927 | |
42개 시민사회단체들, 아동학대 근절 위한 공동 성명서 발표 이날 참여한 42개 시민단체 참석자들이 올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42개 시민사회단체 제공
인천 11세 아동 맨발 탈출 사건 발생 100일 맞아 시민사회단체 공동 성명서 발표 정부와 각 정당에 아동학대 예방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 및 이행 촉구 아동보호 책임질 중앙 및 지방정부 상설 컨트롤 타워 구축 및 아동보호 예산 증액 시급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42개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정부의 면피성 대책을 지적하면서 아동학대 전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아동보호예산을 증액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인천 11세 아동의 맨발 탈출 사건 100일을 맞아 진행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올 들어 아동학대로 사망한 채 발견된 아동 8명에 대한 추모와 묵념 행사를 가진 뒤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의 제언이 담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에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없는 대한민국을 촉구하는 서명활동을 펼쳤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정부는 2년 전 아동학대예방종합대책을 발표하고도 손 놓고 있다가 11세 아동이 탈출한 뒤에야 다시 비슷한 대책을 쏟아놓으면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의 아동학대사망사건들 이후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체계가 제각각인데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닌 고등학생은 학대예방대상에서 누락되는 등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아동보호체계 전체와 관련한 기획, 조정 업무를 맡고 인력과 자원을 갖춘 상설 컨트롤 타워가 중앙 및 지방 정부에 설립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아동보호 위한 국가예산의 증액 및 안정적인 편성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쉼터와 치료 지원 확대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 확충 및 차등적 대응 시스템 마련 △경미한 아동학대에 대한 초기 개입 강화 △학대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의 협업 강화 및 위기가정 지원 △체벌과 방임 전면금지 등을 제안하고, 이를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공동성명에는 아동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아동단체들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변호사 단체, 한국아동복지학회 등 학술단체들이 참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이날 참여한 42개 시민단체 참석자들이 아동학대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42개 시민사회단체 제공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성명] “아동학대, 사후약방문 말고 근본대책 세워라” 짧은 생애를 공포와 고통 속에서 살다 간 아이들의 비극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아동학대의 실상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온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올해 들어서만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이를 뒤늦게 발견하거나 새로 발견한 사망사건이 무려 8건에 달한다. 영영 묻혀버릴 뻔한 아동학대사망사건들이 밝혀지도록 한 장본인은 부끄럽게도 정부도, 어른도 아니고 지난해 12월 12일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11세 소녀다. 오늘 (3월 20일)은 소녀가 목숨을 걸고 탈출한지 100일째가 되는 날이다. 100일간 우리는 아이들이 학대로 숨져갈 때 주변의 어른들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돕지 못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숨진 아이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통렬한 자괴감을 느끼며,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성인들에게, 우리 사회와 정부에게 묻는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인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극단적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은폐돼 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아이들이 잘 알고 의존하는 부모, 보호자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에서 가장 잔혹한 폭력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집안에 갇혀 공포에 떠는 아이들이 있다. 현관 그 너머까지, 닫힌 방문 안까지 공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공적 개입의 책임을 지닌 정부는 과연 어땠는가? 한국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아동 폭력 해결을 위한 국가전략 개발 등의 권고를 거듭 받으면서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학령기 미취학 아동 가정방문 조사,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미실시 아동 가정방문 조사, 아동학대전담경찰관 설치 등 최근 쏟아진 대책들은 대부분 2014년 2월 세상을 들썩인 아동학대사망사건 이후 발표한 정부의 종합대책 에 이미 다 포함됐던 것들이다. 2014년 9월에는 부총리가, 2015년 5월에는 대통령이 아동학대형 의무교육 이탈을 막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런 일련의 약속들을 지키려고 정부가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몇몇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론이 잠잠해지자 2년 가까이 손 놓고 있다가 11세 소녀가 사력을 다해 탈출한 뒤에야 다시 비슷한 대책을 쏟아놓으면서, 정부의 그 어떤 책임자도 사과하지 않았다. 숨진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제 더 이상 일회성, 면피성 대책은 안 된다. 아동학대를 막을 공적 개입을 강화하고 안정적이고 촘촘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실행하는 것만이 비명 속에 숨진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각 정당 또한 총선 공약에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포함하고 이행하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10개 항을 제안한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10대 제안
아동학대는 불가피하지 않다.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한다. 어떤 형태든 아동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폭력이 수용 가능하다고 가르치는 것이며 폭력의 순환을 영속시킨다. 학대는 아이들에게서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빼앗고, 사회로부터 발전의 가능성을 빼앗아간다. 오늘 아동학대를 예방해야 더 이상 폭력이 통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학대 예방을 포함하여 가장 취약한 처지에 내몰린 아이들 모두를 보호하는 공적 체계가 제대로 설 때까지 우리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 실행 과정을 계속 감시할 것이다.
(42개 단체, 가나다 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무궁화복지월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서울YMCA, 세이브더칠드런, 세이프키즈코리아, 아이코리아, 엔젤스헤이븐,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종이문화재단,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탁틴내일, 프렌드아시아,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방정환재단,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사회복지학회,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한국사회정보연구원, 한국수양부모협회, 한국아동권리학회,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한국아동복지학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한국여성사회복지사회, 한국장난감도서관협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국종이접기협회, 홀트아동복지회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을 되찾아 주기 위해 시민참여 행사로 진행된 캠페인에서 한 가족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별첨]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10대 제안 세부사항
아동폭력 근절을 위한 유엔사무총장 보고서가 각 국 정부에 권하는 첫 번째 제안은 현실적 행동계획과 이행 일정, 자원을 갖춘 국가 전략의 수립이다. 그러나 2014년 발표된 정부의 아동학대예방대책에는 추진 일정도, 예산도, 주 책임자도 없었다. 현재도 정부는 컨트롤 타워로 ‘범정부 아동학대대책추진협의회’를 설치했으나 상설기구가 아닌 임시 협의체에 불과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대책 실행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예산 배정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아동학대예방은 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으로 흩어져 있는 업무다. 학대의 예방, 대응, 사후 관리의 전 과정을 총괄하면서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공적 책임의 주체도 없고 지역 단위의 종합적 실행 체계도 없다 보니, 서로 책임을 미루기 일쑤고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한다. 일례로 18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관리 대응 계획에서도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니지만 학대피해아동 중 약 10%에 가까운 고등학생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한 대책도 담당 부처가 불분명해 누락돼 있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아동학대 대응계획을 우후죽순 격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체계가 제각각이어서 공통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정부 산하 각급 기관이 동원돼 진행 중인 학대사례 조기발견을 위한 조사들도 정부의 상설 관리체계가 없으면 일회성 조사로 그치고 말 우려가 높다.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아동보호체계 전체와 관련한 기획, 조정 업무를 맡고 인력과 자원을 갖춘 상설 컨트롤 타워가 중앙 및 지방 정부에 설립되어야 한다.
아동인구 1천 명당 학대피해아동 보호율을 나타내는 ‘피해 아동 발견율’은 미국이 9.1명, 호주가 17.6명 인 반면 한국은 1.1명으로 현저히 낮다. 그런데도 올해 아동학대 관련 국가예산은 185억 원으로 지난해 252억 원보다 27% 감소했다. 아동학대사건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예산을 줄이는 이러한 의사결정이 반복될 경우 정부의 아동학대예방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또한 아동학대예방예산은 인프라의 대폭 확충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복권기금에서 충당된다. 학대 예방과 대응의 과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를 지닌 위기가정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서비스라는 점에서, 정부는 아동보호 전반에 관한 국가 최저 기준을 마련하고 안정적 국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아동학대 보고서인 ‘빅토리아 클림비 보고서’는 아동보호의 핵심으로 정보의 정확한 전달과 공유를 꼽았다. 현재 아동보호 업무는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탓에 정보의 전달과 공유가 원활치 못하다. 아동사망에 대한 데이터도 부실하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하 특례법) 이행 절차에 관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검찰․법원 사이에서 학대 신고와 조사 내용, 조치 현황과 제공된 서비스의 내용, 판결 내용 등의 정보도 공유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위해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대피해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여도 아이들이 치료받고 쉴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의 학대피해아동쉼터는 46개소에 불과하여 일시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의 수요 (지난해 1천789명)에 비하면 극히 적다.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전혀 없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많고, 전문적 치료가 가능한 쉼터는 거의 없으며, 특히 장애아동, 해외국적 아동을 즉시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전국 100개 수준으로 확대해야 하며, 아동학대로 인한 트라우마와 마음의 상처는 일시적 치료와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문적인 서비스 체계 확립이 절실하다. 특히 쉼터의 경우 아동복지시설 중 가장 열악한 임금체계로 종사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학대피해아동을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그룹홈, 가정위탁, 양육시설에 대한 지원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2015년 아동학대 대응 업무가 국가사무로 전환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증설과 상담원 증원이 이뤄졌으나, 연간 1만9천여 건 (2015년 기준)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체계적 사례관리와 아동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 현장은 업무 마비 수준이다. 학대 조기발견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해당 업무를 수행할 상담원은 그대로이다. 상담원 1인당 미국의 10배가 넘는 아동을 맡고 있는 기관 당 인력 (현재 12~15명)을 10명 이상 추가로 배치해야 하며,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아동 인구 10만 명 당 최소 1개 수준까지 늘어나야 한다. 또한 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법적 접근이 강조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가족 보전과 재 결합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위축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아동보호체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법적 성격이 강한 신고, 조사는 공공기관이 맡고, 학대 후유증 치료 및 재학대 예방과 가족 보전, 재결합을 위한 서비스는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담하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서비스 종결 이후 성인이 되기까지 지속적 사후관리는 드림스타트가 맡는 등 신고조사, 가족서비스, 사후관리를 분리하는 차등적 대응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아동보호사건은 형사상 유‧무죄 판단의 관점이 아니라 아동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찰을 비롯한 법 집행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특례법 집행 과정에서 경찰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신고가 들어온 아동학대 사건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하지 않거나, 100여건을 한꺼번에 통 보하거나 내사 종결한 뒤 늦게 통보하는 등 원활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임시 조치 청구 과정에서 각 기관이 서로 판단의 책임을 미루거나 학대피해아동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의사 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법원의 아동학대 판결에서도 처벌 수위를 정할 때 피해 아동보다 부모의 상황을 우선 고려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학대로 인한 사망은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임을 인식하고 미필적 고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등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찰 검찰 법원 내 아동전담부서를 확대 설치하고 담당 인력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례법이 처벌을 강화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현장에서는 특례법이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는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아동학대 신고 중 특례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10% 미만이며 경미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특례법 제정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세상을 놀라게 했던 아동학대사망사건들 역시 시작은 방임과 가벼운 학대였다. 경미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라도 예방적 차원에서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당 가정에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친권자인 학대행위자가 상담 치료 교육 등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을 경우 학대피해아동의 시설 퇴소 및 귀가를 허가하지 않는 방안 등을 포함하여 학대행위자에게 상담과 교육을 반드시 제공할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 밝혀진 아동학대사망사건들의 공통점은 가족구성원의 갈등이 심하거나 부모가 특정 직업이 없는 등의 경제적 어려움, 게임중독, 양육스트레스 등 위기를 겪는 가정들이었다는 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 기관에 따르면 학대행위자의 20.4%가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을 겪는다. 출산 후 우울증으로 3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정의 부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여 학대 유발 요인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출산 후 가정방문 간호사를 통해 아동의 건강과 산모의 우울을 점검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지원이 필요한 가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가정 내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 학대행위자일 경우 가정에 남은 피해아동과 다른 가족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며, 학대행위자의 다른 자녀들에 대한 대책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학대가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하고 학대를 조기발견하기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드림스타트, 지역 아동센터 등 지역 사회 내 다양한 아동관련 기관 종사자들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학대의심 사례 및 고위험 사례에 대한 서비스를 의뢰할 수 있는 경로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 관련 규정은 유형별 광범위한 정의만 제시되고 있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구체적 행위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방임은 기준이 모호하고 관련 매뉴얼이 없어 경찰에 신고해도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번에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들에서 드러났듯 거의 대부분의 학대는 가벼운 체벌에서 시작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체벌에 대해 관대한 실정이다. 아동학대를 가정 내 아이들에 대한 훈육으로 여기는 잘못된 통념을 바로 잡으려면 우선 무엇보다 체벌이 선택 가능한 훈육의 수단에서 아예 배제되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 개선을 통해 방임과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부모들이 긍정적인 훈육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아동학대의 발생은 환경 내 다른 유형의 폭력 발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아동학대와 더불어 학교 폭력, 가정폭력 등 사회 전반에서 폭력에 대한 허용도를 낮추려는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
의료인처럼 아동학대를 발견할 수 있는 전문 직종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과 신고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와 병원에서는 학대피해아동 보호팀을 구성하여 신고자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신고율을 높이고, 모든 신고의무자 직군에 아동학대 간이지표를 배포해 신고의무자가 학대징후를 체크하여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실종신고 의무 직군에 보육교사와 교사도 포함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인천 11살 소녀 탈출사건, 2월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 등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학대를 피해 탈출한 아이들을 교사, 아파트 경비원, 일반 시민 등이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신고의무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학대의심아동을 발견했을 때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위한 학대예방홍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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